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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하멜이 모닝스타를 소개한 HBR 아티클의 제목은 “먼저 모든 관리자를 해고하자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의 이 글에서 게리 하멜이 공격하는 것은 관리자가 아니라 지시와 통제가 경영모델의 근간이 되는 전통적 피라미드형 조직의 문제점이다. ‘관리자를 위한 관리자’에서 비롯되는 과다한 관리비용, 현장과 동떨어진 사람들에 의한 잘못된 의사결정 위험, 복잡하고 더딘 의사결정으로 인한 시장 대응능력 약화,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는 욕구가 빚어 내는 사내정치화 등등. 이 글에서 게리 하멜은 자율경영을 민주주의, 관료주의를 전체주의로 보는 단호한 사고를 드러내며, 자율경영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의 문제를 가지치기 하듯이 접근할 것이 아니라 뿌리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터드러커는 이미 1954년 발간한 그의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자기 관리에 의한 경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그러한 컨셉이 올바르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관행에서 새로운 도구와 광범위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뿌리채 뽑기’와 ‘새로운 도구’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직을 ‘크고 작은 톱니바퀴로 연결된 기계’의 관점에서 보아 왔다면, 이제 조직을 ‘생태계’의 관점으로 전환할 때가 온 것이다. 기계는 특정 환경에서 작동되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어, 일정 수준 이상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를 다룰 유연성과 탄력성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기계적 세계관으로 보는 조직은 예기치 않은 놀라운 변화가 곧 기회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반면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생태계는 상호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현상들의 연결망으로, 선형적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무질서와 혼돈이 가득한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생명의 고유한 성향과 강한 회복력으로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어 간다. 생태계적 세계관으로 보는 조직은 변화에 적응할 역량, 유연성, 탄력성을 갖춘 조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일리야 프리고진은 혼돈과 무질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며, 제거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한층 고차원적인 질서가 만들어지는 원천이 된다고 하였다. 불균형과 무질서, 혼돈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이를 기업의 전략과 조직 구조로 끌어 들일 때 예기치 않던 새롭고 더 나은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조직학자인 칼 와이크는 혼돈적 특질을 보이는 환경과 적합도를 유지하려면 조직구조 및 과정 또한 혼돈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피터드러커 또한 그의 저서 <테크놀로지스트의 조건The Essential Drucker on Technology>에서 “전체는 부분에 의해 규정되고, 전체는 부분을 앎으로써만 이해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합리적 세계관에 대해 “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단정하며,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는 드러커의 주장은 미래는 무질서와 혼돈의 특성을 갖는 예측불가능한 것이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혼돈은 자기조직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자율경영의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면 자율을 부여받은 사람들 혹은 팀은 불확실성과 혼돈의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개입없이 스스로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내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과정을 거친다.

많은 학자와 프랙티셔너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율경영은 관리기능의 부재나 상실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을 뿐더러 갑작스런 분권화가 무정부상태와 같은 난장판을 만들지도 않는다. 동료들을 위해 창출할 가치가 무엇인지, 동료와의 협력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집중하여 현실적이고 의미있는 개인의 사명을 만듦으로써 ‘규정에 이끌리는 책임’이 아니라 ‘동료와 합의된 책임’이 근간이 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간다면, 조직 내 구성원들과 팀들은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외부의 개입없이 스스로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자율경영의 모습을 점차 갖추어 가게 될 것이다. 복잡계이론과 카오스이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혼돈의 한 가운데 있을 수록 적절하지 않은 관행,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구조를 버릴 수 있는 적기이며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적합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료주의가 팽배해 있는 조직에 이런 권고는 사실 소 귀에 경읽기이다. 대부분 알면서도 시도하지 않거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불평불만자, 공포조성자, 환경부적응자로 치부한다. “혁신하든지 아니면 죽든지innovate or die”라는 구호가 그들 조직에 절실할지라도 그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관료주의가 나쁘다하더라도 “어찌됐든 굴러는 간다”는 관료주의의 이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며, 조직에는 변화하지 않아도 변화에 살아남는 법을 누구보다  잘아는 변화생존자(Change survivor)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