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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드러커는 “세상에 ‘나무랄 데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 같은 것은 없다. 어떤 분야에서 나무랄데가 없는가? 하는 것이 알고 싶은 내용이다.”라며 약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였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은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강점이 있고 약점이 있는 법이다. 어떤 재즈연주자도 “그 연주는 내가 하려는 것과 맞지 않네. 내 식으로 처음부터 다시 하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동료 연주자가 잘못하고 있는 것에 감정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신에 ‘훌륭한 연주’를 위해 동료의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협력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재즈 역사상 가장 저명한 작곡가 중 한 명이자 피아니스트이며 빅밴드 시절의 리더였던 듀크 엘링턴은 연주자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듀크 엘링턴은 연주자의 강점과 독특한 개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작곡과 편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악기에 뮤트를 최초로 도입하기도 한 인물인 엘링턴은 다른 편곡자와 달리 그의 밴드 연주자 각각의 강점과 특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각 연주자별로 맞춤식 악보를 썼다. 예를 들어 한 코드에 세 개의 트럼펫이 등장해야 하는 경우라면 하나의 트럼펫은 뮤트로 익살스럽게 찌그러뜨린 사운드로, 다른 트럼펫들은 서로 다른 톤의 색채감 넘치는 사운드로 구성함으로써 다른 밴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엘링턴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당시 유행하던 빅밴드에서 통용되던 정형화된 틀에 연주자들을 끼워 맞추기 보다 각 연주자의 강점과 악기의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엘링턴의 접근방식은 ‘강점’ 활용에 관한 드러커의 생각과 일치한다. 드러커는 약점을 끌어 올려 평균의 수준으로 만드는 것보다 보통 수준의 강점을 끌어 올려 탁월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고 하며 ‘강점’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였고,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강점을 정렬함으로써 결국 조직의 약점들이 중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드러커가 미 서비스마스터의 전 회장 윌리엄 폴라드에게 해 준 조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당신은 종업원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내 생각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은 끝이 났다. 그런 식의 인사고과 프로세스도 끝이 났다. 어떤 사람이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우리는 먼저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이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기라도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의 강점 혹은 약점에 대해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인가? 그것이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이유인가?” 그에게 적합한 다른 직무를 찾아보라. 사람은 오직 자신이 가진 강점으로만 무엇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약점으로는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고맙게도 그것이 바로 조직의 이점이다. 조직 속에서 우리는 개인이 가진 강점을 활용할 수 있고 그가 가진 약점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리더가 구성원들 각자의 강점에 집중하지 못할 때 9% (11명 중 1명꼴) 정도의 구성원만이 리더십에 적극 반응한 반면, 리더가 구성원들의 강점에 집중할 때 그 반응이 약 73% (4명 중 3명)로 수치가 무려 8배 정도로 늘어났다. 말할 것도 없이 이 8배는 조직의 이익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강점이 잘 정렬될 때 집단의 역량은 개인 역량의 총합을 넘어서게 된다. 재즈 연주에서도 연주자들은 종종 그들의 음악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연주자들은 ‘그루브groove’라고 하는데 재즈 평론가 김현준은 “가장 기본적 의미의 그루브는 앙상블 연주에 있어 그 독특한 비트와 리듬의 흐름이 리듬 섹션에 의해 맛깔스러운 결속을 보여줄 때 적용되는 표현이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이는 연주자로 하여금 연주에 더 몰입하게 만들고 감상자에게는 느낌있는 음악에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가락을 까닥이게 만든다. 그루브의 상태는 모든 연주자의 바램이다. 그러나 이는 악보를 제대로 연주하였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그루브는 연주자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발휘하고, 각 개인의 역량이 결속되었을 때 예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마일즈 데이비스와의 연주를 기억하며 버스터 윌리엄스는 “음악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음악을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하였다. 재즈 감상자의 입장에서 연주자들이 느끼는 그루브의 상태를 인식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던 멋진 즉흥연주를 접하였을 때 그 훙분감을 내가 일하는 일터와 오버랩시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연주자 개인의 음악적 한계를 넘어서 경험하게 되는 ‘그루브’의 상태도 결국 연주자 개인의 강점이 잘 정렬되었을 때 나타나는 역동적 상호작용의 결과라 한다면 이는 업무 환경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대부분 시기만 다를 뿐 치열함과 흥분으로 가득찼던 ‘열정적인 한 때’를 경험하게 된다. 열정은 그 대상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일 수록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우러나와 시작된다. 이런 경우 주어진 과제 또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개인이 보이는 자발적 몰입의 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열정은 전염성이 강해 구성원간 감성적 결속을 높여 준다. 이러한 결속은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팀웍으로 이어져 결국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 낸다. 예외적으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팀웍의 경우나 재즈 연주에 있어 그루브의 경우는 모두 같은 매커니즘에 의해 작동된다. 재즈의 ‘그루브’가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은 개인의 강점이 잘 정렬될 때 집단의 역량은 개인 역량의 총합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 즉 강점의 결합이 탁월한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재즈가 연주자에게는 ‘아는 만큼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고 감상자에게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라 하지만 재즈의 본질은 ‘형식’에 있지 않고 ‘정신’에 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좋아 바로 이거야!”라는 긍정적 태도로 혼돈의 한 가운데로 뛰어 드는 태도가 100여년 동안 재즈를 지탱하였던 힘이고 이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이다. 훌륭한 즉흥연주는 그들이 무엇을 연주하든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며, 연주자들은 무질서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음악적 대화라는 형식의 탐구활동을 통해 성취를 만들어 낸다. 즉흥연주가 갖는 철학적 기반과 형식적 매커니즘은 조직개발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긍정탐구appreciative inquiry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첫째,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은 재즈가 긍정탐구(AI)와 같이 사회구성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구성주의에 따르면 사회적 현실은 불변의 자연법칙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의지에 의해 얼마든지 구축과 해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우리의 의지로 가능하다’는 연주자들의 공통된 인식은 무질서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만들것인가라는 초점화된 질문을 이끌어 내며 결국 질문하는 순간 그들은 자기생성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말이 세상을 만들어간다word creates world”는 긍정탐구(AI)의 원리는 재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둘째, 재즈나 긍정탐구(AI)의 핵심은 ‘긍정적인 것’에 있지 않고 ‘자기생성력generativity’에 있다는 것이다. 즉흥연주는 결코 “이 부분에서 이렇게 연주해주세요”라는 인위적인 외부의 자극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어느 연주자가 잘못된 코드로 연주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어 받는 솔로연주자는 그것에 기반하여 새로운 패턴의 즉흥연주를 펼쳐 나간다. 혼돈과 무질서의 상황에서 보이는 재즈 연주자들의 긍정적인 태도 보다 더 주목할 것은 음악적 직관을 통해 스스로 창출하는 연주자들의 자기생성적 역량이다.

긍정탐구(AI)에 관한 저명한 학자이자 프랙티셔너인 저비스 부쉬Gervase Bushe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탐구(AI)의 ‘긍정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보다 중요한 핵심인 ‘자기생성력’을 간과하는 것을 지적하며, ‘자기생성적 탐구generative inquiry’라는 용어까지도 제시하였다. 그는 긍정탐구(AI)의 성공요소를 1)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고, 2)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상상력을 확장하여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자기생성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셋째, 재즈나 긍정탐구(AI) 모두 탁월한 성취를 이끌어 내는 것은 ‘즉흥성’이다. 재즈를 이해할 때 즉흥성이 핵심요소인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긍정탐구(AI)에서 ‘즉흥성’의 중요성은 다소 간과되어 있다. 1986년 미 케이스웨스턴 리저브대학의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교수의 박사논문에 의해 이론적 틀이 마련된 이후 조직변화의 실천적 도구로써 이론적으로, 실무적으로 진화해 온 긍정탐구 (AI)는 일반적으로 Dicovery-Dream-Design-Destiny의 4D 사이클로 진행된다. 네 번째 단계인 Destiny는 수립된 계획을 집행하는 단계로 지속가능한 운명적 변화를 의미하기 위해 과거 Deliver에서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어떤 활동과 과제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문가들 사이에 혼선과 이견들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단 Design단계에서 완성된 결과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변화 대상과 수준들을 설정하고, 채워야 할 갭을 확인하며, 목표들을 설정하는 일련의 활동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을 요구하는’ 긍정탐구(AI)의 기본 철학과 배치된다는 인식이다. ‘즉흥적 행동improvisation’을 Destiny 단계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제시한 저비스 부쉬Gervase Bushe의 연구에 따르면 Destiny 단계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팀을 구성하여 상사의 지시에 따라 실행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는 대신에 ‘실행팀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여 행동하는 즉흥적 접근’을 한 사례에서 점진적 개선의 수준을 넘어선 변혁적 성공을 이루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