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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연주자들의 긍정적 마인드셋은 개인적 기질이라기 보다는 재즈라는 독특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문화적 특성에 가깝다. 즉흥연주는 혼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상황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길어지게 하며, 다양한 관점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마인드셋은 결국 통찰력을 촉발시키며 혁신에 대한 영감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재즈연주자의 상황에 대한 긍정적 대응 태도가 훌륭한 즉흥연주를 가능하게 하듯이 구성원의 긍정적 마인드셋은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다. 진정한 재즈연주자라면 자신 뿐 아니라 동료 연주자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좋아! 한번 해보자!”라며 혼돈의 가운데로 뛰어 든다. 이것이 재즈의 힘이고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이다. 훌륭한 즉흥연주는 그들이 무엇을 연주하든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즉흥연주의 저변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가정은 동료의 연주에 대한 수용성, 결국 좋은 결론에 이를것이라는 믿음이다. 재즈는 혼돈과 모순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완성된 이미지를 두고 이를 만들어 가는 다른 예술이나 조직화된 활동과 달리 즉흥연주는 변화와 예기치 않는 반전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대부분의 재즈 악보들은 기본적인 멜로디와 곡의 진행, 화성 구조에 대한 간략한 요점만을 담고 있을 때가 많다.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악보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을 모두 자신의 해석 방법과 음악성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즉흥성에 충실한 연주자라면 몇분 후 자신의 파트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주할지 스스로도 모른다. 연주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이미 행해진 연주에 기반하여 가능한 경로를 추정할 뿐이다. 트럼펫 연주자이며 재즈평론가인 윈튼 마샬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누군가 블루스로 할 것을 제안했고. 모두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하죠. 모두들 자신있게 블루스를 연주하고,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뭘할지 몰라요.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드는 예술이죠.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즉흥연주가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무조건적인 전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재즈비평가 테드 조이어는 “행해질 연주는 볼 수 없지만 행해진 연주는 뒤돌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즉흥연주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프레이즈는 이미 행해진 연주에 따라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즉흥연주는 일종의 후향성 창조retrospective creation 활동인 것이다.”라며 즉흥연주의 피상적 관찰에서 쉽게 오해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진취적인 재즈 베이시스트로 잘 알려진 찰스 밍거스 또한 “즉흥연주를 무nothing에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무엇인가something에 기반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뛰어난 즉흥연주도 악보, 모티브에 기초하여 꾸미고 다듬어져야 하고, 나름의 규칙이나 질서를 필요로 함을 강조하였다.

‘이미 연주된 것’이 나의 연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내 스타일의 즉흥연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대변화시대의 경영>에서 드러커가 경영자에게 제시한 조언을 떠올린다. 드러커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예측하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것들’이 고객에게, 기업에게, 그리고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면서 내일의 관리자나 경영자는 오늘의 관리자나 경영자가 하고 있는 것과는 훨씬 다른 것을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현재에 대한 합리적 분석보다 미래에 대한 지향성을 더 중요시했던 드러커는 ‘이미 일어난 미래the 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미 발생한 것’이 제공하는 ‘잠재적 기회’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하였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드러커가 한 말은 아니지만 -아니면 그의 생각을 훨씬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드러커는 경영학을 마치 ‘이미 누군가 해 놓은 것에 대한 분석을 넘어 아무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영감과 통찰력을 주는 학문’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그래서 드러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이 늘 경외의 대상이 된다. 드러커의 경영철학과 사상은 너무나 심오해서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그를 배우려는, 혹은 따르려는 사람에게 늘 도전이 되지만 그의 생각을 쫒다보면 종종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간결하고 명쾌하여 갑자기 눈 앞에 동굴 밖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 열린 듯한 놀라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누구나 고민하는 ‘미래’에 대한 드러커의 생각은 분명하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며 ‘이미 발생한 것’이 제공하는 ‘잠재적 기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미래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깜깜한 밤에 라이트를 끄고 백미러를 보며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훌륭한 재즈 연주자라면 무질서와 혼돈의 상황에서 항상 ‘가능성’과 ‘기회’에 초점을 맞춘다.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실수 가능성이 없는 과거의 연주 패턴을 답습하기 보다는 비록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담보되지 않더라도 창의적 연주를 위해 상황에 당당히 맞서, 가능성과 기회를 찾는 것에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무질서와 혼돈의 상황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 왜 힘들까? 사회심리학자나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손실회피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라면 더욱이 손실을 피하려 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동굴시야를 갖게 하여 고립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게 한다. 최선을 다하여 방어진을 구축하지만 그런 심리상태는 스스로를 더욱 가둘 뿐이다. 무질서와 혼돈의 상황에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맞서기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를 포기하고, 학습을 멈추며 결국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기회는 늘 위기 속에 찾아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