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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년전 성 어거스틴은 “나는 실수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것 처럼 사람은 늘 실수한다. 머리가 생각한 것을 손이 따라 주지 않을 때가 있으며, 의도한 것과 실제 일어난 것과의 차이는 늘 있게 마련이다.

트럼펫 연주자 마일즈 데이비스가 “자네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실수네”라고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의 연주를 만드려는 재즈연주자에게 실수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들은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수는 성공에 이르기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실수가 반복될 수도 있고, 실수로 인해 난처함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없다면 결코 새로운 패턴의 연주는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혹여 어느 연주자가 잘못된 코드진행으로 동료 연주자를 당황시킨다 하더라도 그들은 실수에 대한 비난이나 문제의 원인을 찾기 보다 마치 실수가 처음부터 의도된 듯이 그것에 맞추어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을 이끌기도 한다.

재즈평론가 테드 조이어는 이를 ‘불완전의 미학(aesthetic of imperfection)’이라 하였다. 재즈에서는 ‘완벽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따라서 재즈는 ‘불완전의 미학(aesthetic of imperfection)’을 통해서 이해하여야 하는 대상이다. 완벽함에 대한 대중적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기 보다 ‘용기있는 노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즉 결과 그 자체보다 결과에 이르는 ‘노력의 강도’ ‘목적의식의 수준’ ‘몰입과 헌신’, ‘실수 후에 보이는 집중과 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은 다양한 실수를 저지른다.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실수도 있을 것이고, 규정을 어기거나, 자신만의 과도한 해석으로 인한 실수도 있을 것이다. 실수로 인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의도와 태도가 조직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지 않고 기꺼이 공개할 것이다.

혁신을 흔히 넘버 게임numbers game이라고 한다. 한 줌의 금을 캐기 위해서 수 없이 많은 흙과 돌을 부수고, 거르는 것처럼 혁신 또한 수 없이 많은 시도가 전제되어야 하는 숫자 게임이자 확률 게임이다. 수 없이 많은 시도에는 당연히 실패가 따르게 마련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거나 꺼리는 조직은 혁신이 있을 수 없거나 혁신이 존재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빨리 실패하세요” 라고 쓰여진 모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 디자인 기업으로 잘 알려진 IDEO사에서는 “빨리 성공하기 위해 실패를 자주해라”라는 공식적인 모토를 사용하며, 타임 워너Time Warner사의 CEO였던 스티브 로스는 “우리 회사에서는 실패하지 않으면 해고됩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혁신의 구루라고 평가 받는 톰 피터스는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주라”는 표어를 사무실 벽에 걸어 놓을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3M의 포스트잇, 고어사의 엘릭서Elixir 기타줄, 파이렉스 식기, 워크맨, 일회용 의료밴드, 페니실린, 콘플레이크, 코카콜라, 청바지 등 혁신에 관한 수 많은 사례들이 ‘예기치 않은 실패’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어떤 아이디어 또는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그리고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지 분별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999번의 실패 끝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의 사례와 같이 창조의 작업은 늘 실패를 동반한다. 실패는 학습으로 이어지고 학습은 결국 성공을 만들어 낸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최다 삼진아웃 기록도 갖고 있는 것 처럼 혁신의 과정에서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삼진아웃을 두려워하여 배트 내미는 것을 두려워 하였다면 베이브 루스는 절대 홈런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혁신은 넘버 게임이다.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는지가 혁신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직접 치게 하는 것이다. 수영을 책상 앞에서 배울 수는 없지 않은가?

실패를 권장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대개 리더의 몫이다. 실패를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리더들이 새겨야 할 것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패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임을 물은 만한 실패가 없거나 적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거나 실수를 감추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시도’를 좀 더 명확히 표현하면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 관행을 벗어나 위험을 감수하며 이전과는 다르게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명확히 정의하는 이유는 부주의하거나 게을러서 하는 실패와 구별하기 위함이다. 지적인 실패intelligent mistakes와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다.

찰스 스왑Charles Schwab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포트럭David Pottruck은 “실수를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디어야말로 바보같은 짓이다. 멍청한 실패와 지적인 실패는 구분되어야 한다”며 지적인 실패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 좋은 계획에 입각하여 해야 할 행동이 명확하고, 조직의 경영방침 및 규정에 따라 실행하였다. 다시 돌아 봤을 때 모든 것이 깊이 생각하여 한 행동이었다고 판단된다.
  • 문제가 드러난 초기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합리적 계획을 수립하고 틀림없이 실행하였다.
  • 실수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통하여 명백한 학습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경험이 다음 번에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지적인 실패는 그리 어렵지 않은 개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패를 권장하거나 실패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관용을 보이는 조직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수백만 달러를 날린 경영자를 칭찬했다거나, 제임스 코튼 코닝 회장이 55억 달러 적자를 낸 광섬유부문 책임자인 웬델 윅스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사장자리를 내주었다는 이야기는 모든 회사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 실패의 크기, 실패에 대한 관용의 수준은 다를 수 있다. 지적인 실패는 무모함을 뜻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가 “혁신에 성공한 많은 기업인을 만나 봤지만 그들 모두는 하나 같이 신중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제한된 자원으로 매일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기업의 입장에서, 또는 세금 운용의 효율성이 경영 의사결정의 중요한 고려사항인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실패가 권장되거나 쉽게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즈의 즉흥연주가 농익은 시간의 축적과 연주자들의 땀과 열정이 수반되는 창조 행위인 것처럼 지적인 실패 또한 오랜 기간의 사전 학습을 필요로 하는 창조 행위인 것이다. 소위 ‘헝겊주머니 저글링beanbag juggling’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실패는 계산된 안전 장치를 요구한다.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차가 빈번히 다니는 장소에서 연습하지 않는 것처럼, 저글링 공연자는 처음부터 칼과 불을 갖고 저글링을 배우진 않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은 과업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하여 구성원들은 실패와 혼돈에 대한 감을 키우게 되며 조직은 장기적 관점에서 실패를 바라보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