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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P&G, SAP, 구글, 나이키, 피델리티 등 세계적 기업들이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경영활동 및 인재육성 전략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경영대학원, 존스홉킨스대 경영대학원,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미네소타주립대 칼슨경영대학원 등 유수의 미 대학 경영대학원들은 디자인적 사고와 경영교육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세간의 높은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디자인적 사고는 결국 창의성의 문제라는 것, 둘째, 디자인적 사고가 일정한 프로세스를 갖는 방법론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위와 같은 비판에 비판을 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디자인적 사고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 경영학 이론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디자인적 사고는 보다 깊고, 넓게 연구하고 시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전제하에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디자인적 사고는 결국 창의성의 문제인가?

한 때 디자인 사고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돌아선 미 파슨스 디자인스쿨의 부루스 누스바움Bruce Nussbaum교수는 디자인 사고는 실패한 실험이라 단정지으면서, ‘창조지능Creative Quotient’이란 개념적 틀로 논의를 옯길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몇몇 성공사례를 제외하고 성공률이 너무 낮다는 것과 디자인적 사고가 원래 의도하는 것은 결국 창의성이고, 디자인적 사고는 개념적 언어인 창의성을 프로세스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의 성공사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점진적 개선에 지나지 않는 ‘N+1 혁신’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누스바움은 그의 저서 <창조지능Creative Quotient>에서 창조지능을 구성하는 능력으로서 지식발굴, 틀짜기, 즐기기, 만들기, 중심잡기 등 다섯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능력을 발휘하면 누구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창의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돌아간다. 디자인적 사고가 결국 사람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디자인적 사고의 유용성을 창의성과 등치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쾨슬러Koestler는 창의성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에서 새로운 패턴을 찾아 내는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의는 모든 피아노 연주가 88개의 건반의 조합을 통하여 나오듯이 창의성은 발명의 작업이 아닌 발견의 작업이기 때문에 창의성은 ‘일상속의 비일상을 찾는 작업’이며, ‘익숙한 것들의 새로운 모습’이고 따라서 창의성은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갖게 한다. 구성원의 창의성, 보다 정확히 말하면 창의적 잠재력이 부족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지 못하거나 창의성을 억제하는 환경이 오히려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피터드러커는 피터 셍게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저는 창의성에 관한 여러가지 논의에 대해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느 면에서는 문제의 초점을 덮어버리려는 변명같이 들립니다. 창의성이 부족한 경우는 없습니다.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창의성을 억제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조직들이 문제입니다. 물론 예외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심지어 작은 조직조차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지적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문제는 창의성이 아니라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후의 작업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창의성은 아이디어 도출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 복잡한 프로세스와 환경적 요인을 갖기 때문에 디자인적 사고의 핵심이 창의성이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걷어낸 창의성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누스바움의 지적은 드러커의 지적처럼 현실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가 일정한 프로세스를 갖는 방법론으로서 적절한가?

디자인적 사고 방법론의 근원은 허버트 사이몬이 1969년 발행된 그의 저서 ‘인공 과학의 이해The Science of The Artificial’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버트 사이먼은 디자인적 사고를 문제정의-조사-아이디어 도출-프로토타입-선택-실행-학습의 7단계로 구조화하였다. 팀 브라운과 로저 마틴 그리고 그들의 팀 동료들이 함께 개발하여 현재 스탠포드대  d.school에서 활용하고 있는 디자인적 사고 방법론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스탠포드대의 d.school은 경영대학원 내에 설립된 특별과정으로 경영대학원생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학위도 주지않고 필수 강좌도 없다. 매년 700명 이상이 디스쿨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디자인적 사고를 방법론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대 논리는 아이디어의 흐름이 방법론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디어에 대한 스케칭과 같은 프로토타이핑의 작업은 아이디어 도출 전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구체화되는 과정은 혼돈의 상황에서  비선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리 처방된 프로세스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필립스탁의 번뜩이는 영감에 의해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아이디어나 “고객은 그들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에 강한 신념을 보이는 스티브잡스가 그의 독특한 혁신적 재능으로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는 디자인적 사고의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론이 갖는 효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d.school의 방법론은 아이디어와 관련 모든 논의를 담을 수 있는 개념적 틀conceptual framework을 제공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는 전 과정도 일종의 계획수립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방법론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기 위한 계획수립의 좋은 템플릿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 프로세스가 비선형적 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율화된 프로세스disciplined process가 필요하다. 천재의 번뜩이는 영감에 의해 탄생되는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평가하고, 피드백을 받는 협력작업이 요구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혁신은 셀프스터디가 아니라 협력작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든 창조경영이든 결국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피터드러커는 그의 저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에서 혁신을 우연하게 번뜩이는 천재의 영감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적인 훈련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회의 체계적 탐색 과정을 통해 얻어진 아이디어가 실천적인 해결책으로 전환되기 위해 ‘규율이 잡힌 프로세스disciplined process’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혁신에 대한 드러커의 접근 방식은 다음 4가지의 질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1. 당신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무엇을 폐기해야만 하는가?
  2. 당신은 기회를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있는가?
  3. 당신은 어이디어를 실천적인 해결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규율이 잡힌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는가?
  4. 당신의 혁신전략은 당신의 기업전략과 잘 부합하고 있는가?   

2000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2006년 미국경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규율이 잡힌 프로세스’라고 한다. 규율이 잡힌 프로세스란 아이디어 창출에서 아이디어를 고객과 더불어 실천하는 것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허버트 사이먼으로 시작하여 로저 마틴, 데이비드 켈리 등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디자인적 사고 프로세스의 필요성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이다.   

디자인적 사고가 결국 창의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창의성의 틀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비판과 디자인적 사고가 방법론으로 구조화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였다. 이외에 디자인적 사고는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어필하기 위해 디자인 컨설팅사가 과대포장한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혹자는 디자인적 사고가 조직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디자인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디자인적 사고를 하나의 교과서적 해법으로 보지 않고, 기업마다의 특성과 환경에 맞춰진 새로운 해석과 활용법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결론에 이를지 모른다. 무엇이든 데카르트와 뉴튼의 패러다임에 갖혀 있지 않고, 혼돈과 무질서를 새로운 질서를 찾는 디딤돌로 여기고, 그러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답은 찾아 질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전통적 경영학이 갖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혼돈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분석적사고, 논리적 사고의 패러다임은 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분석과 직관의 역동적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드러커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근본적 긴장에 대해,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상을 유지하는 섬세한 균형에 대해 논의하기를 좋아했다.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다 내다 버릴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된다. 모든 것을 그대로 다 껴안고 갈 수도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죽고 말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가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의 개념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가치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확장성을 넓히며,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를 넘어 ‘디자인 혁명의 시대’라고 말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스스로 사회생태학자로 불리기를 좋아했던 피터드러커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사회와 세계를 생태학적으로 사유하기를 권고한다. ‘공감empathy’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적 사고가 최근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 활용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피터드러커가 바라던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