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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하멜은 조직운영의 매커니즘은 본질적으로 혁신과 대립되기 때문에 전통적 관점에서의 조직을 혁신조직으로 만드는 일은 개를 훈련시켜 두발로 걷게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혁신 기업의 본보기로 알려진 고어사, 홀푸드마켓, IDEO, 자포스, 모닝스타, 제니퍼소프트, 마이다스 아이티 등의 기업들은 시작부터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발적으로 혁신에 몰입하는 회사”를 꿈꾸는 설립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조직, 게다가 덩치가 이미 커질대로 커지고 관료적 특성이 마치 유전자처럼 체질화된 기업들을 혁신 조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잭 웰치가 쓰러져 가는 거대공룡 GE를 일으켜 세우고, 저조한 생산성에 따른 품질저하와 낮은 수익성으로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던 3M을 윌리엄 맥나이트가 혁신의 대명사로 바꾸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PC열풍을 따라 잡지 못해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던 IBM을 루 거스너가 다시 일으켜 세웠듯이 관료적 거대기업이 혁신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조직문화와 전략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두 축이다. 조직문화보다 전략에 더욱 집중하는 기업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는 전략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할 개념이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허브 켈러허는 “나폴레옹이 파리에서 부하들과 러시아 침공에 대해서 논의한 것은 전략이고 1백만 군대를 러시아로 행군하게 만든 것은 문화였다. 무엇이 프랑스군을 움직이도록 하였는가? 그것은 논리가 아닌 감정emotion이었다. 감정은 문화의 중요한 요소이며, 감정emotion의 어원은 행동motion이다. 프랑스군을 행동으로 이끈 것은 결국 문화였다.”라며 전략보다 조직문화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피터 드러커 또한 “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며 전략보다 조직문화가 우선임을 분명히 하였다. 조직의 구조가 자신이 채택한 전략에 따른다는 알프레드 챈들러A. Chandler의 주장을 받아 들인다면 “문화는 점심으로 조직구조도 먹게 될 것이다.“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IBM의 루 거스너는 “10년 가까이 IBM에 있으면서 나는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기업문화가 기업경쟁력 그 자체임을 분명히 하였다. 애플의 성공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답변 또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 시스템입니다. 그렇다고 프로세스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애플은 규칙에 엄격한 회사이며 훌륭한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혁신은 이런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혁신은 사무실 복도에서 만들어지고, 밤 10시반에 좋은 아이디어 떠 올랐다고 잠자는 동료를 깨우는데서 나옵니다.

제도나 시스템 중심의 혁신 활동은 일시적인 사기 진작이나 분위기 쇄신은 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결국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것에 있지 않다. 그 보다는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조직문화가 중요함에도 조직문화 변화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이다. 이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는데, 그 해법으로 제시한 글 중 상당수는 조직의 가치를 정립하고, 가치를 경영시스템과 정렬시키며, 이를 내재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수 없이 제시됨에도 성공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경영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적합한 기업문화를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조직 내 다양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단일 기업문화를 갖는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은 조직문화의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조직문화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작업은 오랜기간에 걸쳐 형성된 조직 구성원들의 믿음이나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는 곧 조직과 조직 구성원의 영혼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까?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지향해야 할 조직문화를 규정하기 위해 로버트 퀸의 경쟁가치모형에 기반하여 개발된 OCAI를 비롯하여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대부분의 이들 도구들은 조직문화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설명하고, 일반화시키려는 의도를 지닌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구성원들의 공통된 믿음이나 가치의 특성을 갖는 조직문화를 설문을 통하여 진단하려는 시도가 적절한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도 한계를 드러낸다. 게다가 기업의 지향점이 혁신적 조직문화라면 이들 진단도구가 혁신에 관한 모든 논의를 담아 낼 ‘개념적 틀conceptual framework’을 제공하고, 혁신의 올바른 계획수립을 위한 ‘계획수립의 템플릿planning template’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문화는 한 국가의 문화와 같아서 바뀔 수 없다고 하며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을 주장하였다. 

조직문화를 바꾸려하지 마라. 무엇으로 정의를 내리든지 간에 조직문화는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방법은 기존의 조직문화 안에서 구성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드러커의 주장은 조직풍토의 변화를 통하여 조직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야채를 안먹는 아이에게 야채를 먹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야채를 잘 먹는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야채가 몸에 좋다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생각과 행동을 같이 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장기간에 걸쳐 조직 내에 안정적으로 보여지는 기본적인 가정, 가치, 믿음 등 사람들로 하여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뿌리 깊은 무의식적인 것까지를 포함하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으로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하더라도 쉽게 변하기 힘들다.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면 결국 조직문화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S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