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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영에 대한 성공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이에 대한 기업과 미디어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지만 자율경영에 대하여 명확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율경영을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생각하고 단지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거나, ‘관리자 없이 일한다는 것’을 현실을 외면한 허무맹랑한 발상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부정적 인식은 자율경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모닝스타가 운영하는 자율경영연구소Self-Management Institute에서 밝힌 ‘자율경영에 대한 오해’에 다음과 같이 몇가지 설명을 덧붙여 본다. 

첫번째 오해: 조직의 위계도 없고, 관리자도 없고 리더십도 없다

자율경영은 두가지 원칙을 전제로 한다. 첫째,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강제적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타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이들 두 원칙은 마치 중력과 같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중력의 법칙을 전제로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들 원칙이 삶에 적용된다면 그 결과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삶이 아닌 일의 영역에 적용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들 원칙들은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자율경영이 위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닝스타처럼 관리자 자체가 없는 조직도 있고 고어나 자포스처럼 최소한의 위계를 갖는 조직도 있고 마이다스 아이디처럼 전형적인 피라미드형 위계 질서를 고수하는 조직도 있다. 전통적 조직구조에서 직위로부터 나오는 권한, 또는 목표설정, 방향제시, 계획수립, 지시와 통제, 평가 등과 같은 관리자 업무는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조직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뿐이다. 관리자를 없앰으로 자율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을 필요로 하는 환경을 생각하다 보니 관리자가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며,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역할은 어떻게 정의되고 분배되어야 하는지, 급여는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채용하여야 하는지, 각각의 기능들은 어떻게 해야 서로 맞물려서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조직구조를 찾다 보면 이에 맞는 조직구조, 제도, 프로세스 등은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다. 모닝스타의 설립자인 크리스 루퍼Chris Rufer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기의 온도, 습도 등이 물 분자에 영향을 미쳐 구름이 만들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처럼 조직 구조도 조직 내 작동하는 힘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때, 그런 힘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현실과 가장 부합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자율경영에서 리더십은 직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역량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리더없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더 나은 리더가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두번째 오해: 모두가 평등하다

탐욕, 비난, 사내정치, 조직 내 사일로silo 현상 등 조직에 있으면서 겪는 부정적 감정이나 현상의 대부분은 원천적으로 권력의 불평등으로부터 비롯된다. 극단적인 수평조직으로 운영되는 자율경영이라 할지라도 권력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아니, 자율경영은 권력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 자율경영은 이를 초월하는 개념이다. 자율경영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력’을 가질 수 있을까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 강력하게 연결되고 협력적 의존관계에 있다면, 누군가 조직의 목적을 위해 그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더 많이 갖도록 노력하고, 또 이를 행사하면 할 수록 또 다른 누군가는 회사를 위해 공헌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짐에 따라 자신의 영향력도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경영에서 권력은 나눌수록 하나가 되고, 나눌수록 커진다. 이런 패러독스는 조직을 ‘크고 작은 톱니바퀴로 연결된 기계’로 보는 메타포에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큰 톱니바퀴의 작은 움직임은 작은 톱니바퀴의 더 빠른 회전을 만들어 내지만 작은 톱니바퀴는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그 운동에너지를 큰 톱니바퀴에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자율경영을 들여다 보는 것이 자율경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힘의 불균형으로 먹이사슬이 존재하더라도 생태계 안에서 모든 유기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한다. 자율경영 체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스킬, 역량, 재능 등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영향력의 위계hierarchy of influence’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위계는 지배와 종속의 상사-부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조직에 대한 더 많은 공헌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조직 변화와 혁신을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게리 하멜은 모닝스타의 ‘영향력의 위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닝스타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수 많은 역동적 위계naturally dynamic hierarchy’가 존재한다. 공식적 위계는 없으며 비공식적 위계가 있을 뿐이다. 어떤 이슈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과 의지에 따라 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것들이 직책에 따른 위계가 아닌 영향력의 위계를 만들어 내며 그러한 위계는 위에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시작된다. 모닝스타에서 사람들은 전문성을 통해서, 동료들을 지원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축적해 나간다.   

세번째 오해: 자율경영은 임파워먼트에 관한 것이다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는 말의 전제는 조직이 이미 임파워먼트가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음을 반증하며, 조직 내 톱다운 방식의 리더십이 이미 존재함을 뜻한다. 권한이 리더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어,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그 권한을 행사하기를 원한다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선심 쓰듯이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권한이 주어지고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아래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자비로운 독재자가 처음부터 필요없듯이 자율경영 체제에서는 본질적으로 리더를 포함하여 어떤 누구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행위를 전제하지 않는다. 자율경영에서 구성원들은 권한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어진다.

피터드러커는 임파워먼트에 대해 “최근 유행하는 이 용어를 경멸한다. 당신은 구성원들에게 임파워먼트를 할 수 없다. 당신은 구성원들이 조직 전체에 공헌하는 바에 따라 그들이 스스로 성과를 측정하도록 도와줄 뿐이다”라고 하면서 임파워먼트가 전제하는 계층 권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였다. 조직은 권한을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공헌하는 집단이라는 드러커의 관점에서 보면 위임할 권한도 일종의 권한인데, 상급자가 아래로 위임할 권한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흔히 자율경영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달콤한 고통’을 맛보게 된다. 문제를 회피할 수도 없고, 어려운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 대해 누군가를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안타까워 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면서 성장해 나간다. 과거 지시통제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관리자들은 모든 문제를 더 이상 자신이 떠 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과거 직책으로부터 행사할 수 있던 권한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경영이 갖는 기본가정과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 전통적 방식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 좀 더 깨어 있는 리더들에 의해 권력의 불평등으로부터 야기된 문제들을 단지 땜질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네번째 오해: 자율경영은 새로운 경영모델로서 실험적 시도에 머물러 있다

또 다른 오해는 자율경영이 근래에 태어난 새로운 경영모델로, 아직 실험적 시도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컨설턴트로서 18개월 동안 GM의 조직과 경영을 내부에서 연구한 후 1946년 저술한 <기업의 개념The Concept of Corporation>에서 드러커는 지시와 통제 시스템이 근간을 이루는 GM의 관료주의가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대응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면서, 자율적 권한을 가진 노동력의 의미로 ‘스스로 운영하는 공장 공동체self-governing plant community’를 구축할 것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조직에 대한 연구를 하나의 학문분야로 정립하게 된 계기를 만든 <기업의 개념>은 이후 학계 및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심도있는 학문적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산업에서, 크고 작은 많은 조직들에 의해 그 가치가 입증되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례들은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1950년대 설립 때부터 자율경영의 원칙을 채택한 고어W.L. Gore부터 시작하여 홀푸드마켓, 구글, IDEO, 모닝스타, 자포스Zappos 등 기업 뿐 아니라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로 잘 알려진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에 이르기까지 성공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기업 중 마이다스 아이티와 제니퍼 소프트 또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취업 희망자에게 ‘꿈의 직장’으로 잘 알려진 성능관리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제니퍼 소프트의 이원영대표는 “인간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는 자율성이 주어졌을 때”라는 믿음을 갖고, “상사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자율성과 책임”을 인재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통적 위계 조직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자율경영 패러다임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사람의 영향력이 직책이 아니라 공헌과 명성, 신뢰에서 나온다고 믿는 젊은 세대에게는 본능적으로 익숙할 뿐더러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으로 점점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