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가 주도하는 지식기반경제의 등장을 예견하면서, 자율성이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전제 조건이자, 혁신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1998년 미국의 앤더슨 컨설팅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지식근로자의 등장: 아시아의 새로운 과제Knowledge Workers Revealed: New Challenge for Asia>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이 혁신 역량 확보에 가장 중요한 관건’임을 단언하면서,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통하여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보고서와 아티클은 일일이 찾아 읽어볼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도대체 드러커는 어떻게 수십년전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도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까? 정보화와 글로벌화가 이끄는 지식기반경제 시대의 환경변화는 지식과 기술의 생명력을 급속히 단축시키고 고객 수요의 다양화, 개성화를 초래하며, 경쟁의 심화를 가속화시키고 결국 혁신이 기업 생존의 필수적인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혁신을 창출하는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이 경쟁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기 위해서 지식근로자의 자율성이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어떻게 간파할 수 있었단 말인가? 

드러커는 조직은 권한을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공헌하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 조직의 목적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목표를 향해 공헌’한다는 관점은 올바른 조직이라면 인간의 에너지를 해방하고, 유연하게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근로자에게 주어져야 할 자율성에 대한 드러커의 생각은 확고하다.

다른 이에게 과업을 위양했는데, 그가 비효율적으로 수행한다면,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법적인 요청이 아닌 한, 자기 방식대로 배우도록 내버려두라. 물론 그렇게 하는 데는 위험이 따르므로 지식근로자의 자율적 행동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로를 스스로 규정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면 그런 위험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경영은 사람에 관한 것management is about human beings’으로 기업 및 모든 조직의 진정한 자산은 단 하나 ‘인간’이란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드러커는 종업원을 다른 자원과 달리 인격과 시민정신을 가진 존재이자, 자신들의 업무량과 업무의 질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았다. 애석하게도 1954년 <경영의 실제practice of management>에서 처음 제시된 ‘목표관리managment by objectives, MBO’가 경영자가 근로자에게 단기적인 목표를 지시하는 수단으로 종종 오용되고 있으나, ‘목표관리와 자기에 의한 관리MBO and self-control’라는 책 속의 소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MBO의 핵심은 근로자가 자신들이 속해 있는 회사 및 부서의 목표와 자신들의 연결성을 깊이 생각하고, 그것들을 상급자와 진지하게 토론하여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결정하는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의미는 보다 강력한 자발적 동기부여를 유발하여 그저 적당히 넘어가는 수준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도전적으로 설정하게 할 뿐 아니라, 상사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상사가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전 유한킴벌리의 문국현대표는 간부시절 ‘자기관리에 의한 목표관리’의 진정한 의미를 일찍 파악하고,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 전략적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빠른 시간에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었고 오랫 동안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혁신가의 4분의 3은 이전 직장 또는 직무에서 낮은 수준의 자율성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혁신에 있어 자율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혁신이 조직 차원의 공식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아닌 게릴라전 같은 전술적 접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BM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e-business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데이브 그로스만David Grossman이라는 프로그래머의 노력에 의해 가능하였다는 사례는 전술적 접근에 의한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로스만이 초기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을 때 담당 매니저가 오랫동안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아 크게 좌절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사내 벤처와 같은 경우, 성취욕구가 매우 높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또는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성이 요구될 수 있다. 성취욕구가 높은 사람은 대개 성과를 창출하는 전 과정에서 자기통제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율성이 지나치게 주어지게 되면 구성원들은 개인적인 일과 업무간의 균형을 잃게 될 확률이 높다. 조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규정이 있기 마련이며 어느 때보다 집중하여야 할 과제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에는 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